【정토신앙에서 ‘회향’에 대하여 】2021년 6월 <정토학연구35집(한국정토학회)>에 게재된 법우스님 논문~
【정토신앙에서 ‘회향’에 대하여】
김춘호(法雨)
용월사불교문화연구소 소장
I. 들어가는 말 II. 회향의 원리 III. 정토경전에서 회향 IV. 정토조사들의 회향 V. 나오는 말 |
【한글요약】
자신의 염불 공덕으로 다른 이도 왕생(往生)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로 향한 선과(善果)를 타자에게로 돌릴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불교의 전통에서 이러한 공덕전환의 대표적인 개념이 회향이다. 보살도(菩薩道)의 실천이 강조되는 대승불교의 핵심개념이기도 한데,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지하는 정토신앙 역시 이러한 회향이 바탕이 된다.
이글은 정토신앙에서 회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지를 논구하기 위해 적성되었다. 논문에서는 본격적인 정토신앙의 회향을 살펴보기 앞서, 회향의 기본적인 교학적 원리로서 반야공(般若空)과 연기(緣起)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회향의 대상이 되는 자는 수희(隨喜)를 통해 또다시 타자에게로 그 공덕을 돌리는 회향의 순환적 성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토경전에서도 회향이 중시된다. 아미타불의 48원 중 제20원 제22원에서 회향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회향이 불도의 완성에 필수조건으로서 강조되는 반야경전이나 『화엄경』 등과는 달리, 여기에서는 왕생의 한 가지 방법으로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토신앙에서 회향은 정토조사들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고 체계화된다. 세친(世親:400-480)은 정토행자가 행해야 할 오염문(五念門)의 하나로 회향문(廻向門)을 위치시킴으로써 정토신앙에서 이타성을 강조한다. 담란(曇鸞: 476-542)은 이를 계승하는 한편, 회향을 왕상(往相)과 환상(還相)으로 나누어 체계화함으로써 정토회향의 기본 틀을 완성시킨다. 도작(道綽: 562-645)은 회향의 5가지 공덕을 설하며 이를 강조하고 있고, 선도(善導, 613-681)는 담란 등의 회향관을 계승하면서 회향하는 자의 마음가짐으로서 결정(決定)과 진실심(眞實心)을 강조한다. 호넨(法然: 1133-1212)의 경우 불회향(不迴向)의 개념을 사용하여, 염불은 회향이 이미 포함된 것으로서 불회향의 정행(正行)이며, 다른 잡행(雜行)은 회향이 필요한 것으로 보는 것이 특징이며, 신란(親鸞: 1173-1262)은 회향이라는 수승한 마음은 범부로서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회향의 주체를 아미타불(阿彌陀佛)로 규정하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하겠다.
【주제어】 정토신앙, 회향, 세친, 담란, 도작, 선도, 호넨, 신란
I. 들어가는 말
‘나의 염불로 그대의 왕생도 가능한가?’
자신이 행한 염불의 공덕으로 다른 이도 왕생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자신이 지은 행위의 과보는 자신이 받는다는 업보의 상식적인 원리를 고려할 때, 이 물음은 마땅히 부정되어야 할 우문(愚問)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토신자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불교현장의 수많은 신행할동의 근저에 자신이 지은 선한 공덕이 나를 넘어 가족과 친척 등의 다른 이들에게도 이르게 되리라는 이른바 공덕전환(功德轉換)의 상식적인 믿음이 전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교의 전통에서 공덕전환의 대표적인 개념이 ‘회향(廻向)’이다. 자신의 선근공덕(善根功德)을 본인 또는 타자를 위해 돌린다는 의미다. 특히 보살도(菩薩道)의 실현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에서 회향은 그 근간을 이루는 핵심 개념으로 중시된다. 왜냐하면, 자신의 공덕을 중생 즉, 타자의 성불에 돌리는(廻向) 존재가 보살(菩薩)인 만큼, 회향이 가능해야 보살도 있을 수 있고, 보살이 없는 대승불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지하는 정토신앙 역시 이러한 회향이 바탕이 된다. 다른 예를 찾지 않더라도 제1 무삼악취원(無三惡趣願)에서부터 제48 득삼법인원(得三法忍願)에 이르는 아미타불의 본원 모두가 결국 아미타불이 성취한 무량공덕을 48가지의 방법으로 중생들에게 돌리는 48회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이 글에서는 회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정토신앙 전반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우선 정토경전에서 회향이 어떻게 규정되며 또 그 신앙상의 지위는 어떠한지 검토하고, 세친(世親)에서 신란(親鸞)에 이르기까지 정토신앙을 이끌었던 조사들은 회향을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나의 염불로 그대의 왕생도 가능한가?’라는 모두의 물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회향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원리부터 살펴보자.
II. 회향의 원리
1. 초기불교에서의 공덕전환
기본적으로 회향은 공덕의 ‘방향전환’과 더불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