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재 시인의 시 '용월사'
용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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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0 12:06
용월사
강성재
용은 하늘에 있지 않고 바다에 있었다
달밭기미 재를 넘으면
달은 마을을 향해
탁발을 떠나고 없는데
남해, 고래여가 날숨을 뿜고 있다
솔숲 아래 바다는 푸른 물감을 풀어 놓고
-여기는 무량정진 기도처이오니……
해를 피워 올리는 법문 아래
천수관음보살 이마를 만지는 찬 이슬
똑, 똑, 똑, 또르르륵
스님의 예불소리에
어제 이승을 버린 휘파람새는
벼랑 끝으로 와서 운다
며느리밑씻개는 어쩌자고 피어
길 문을 열고 있는가
수국은 또 어쩌자고 자색 잎술을 깨물고
산 아래 풍장으로 누웠는가
용두에 앉아 있던 범종 소리가 바다로 떨어지자
파도가 공명을 울리고 가는,
용월사(龍月寺)
강성재 시인의 시 '용월사'(『그 어디에도 살지 않는다는 말』, 문학의 전당,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