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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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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용월사를 찾아주신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용월사 주지 원일(圓欥)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역할과 몫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화단의 작은 꽃들이 온 힘을 다해 물을 머금고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이, 저마다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닐까요?

국가는 국가로서, 단체는 단체로서, 종교는 종교로서, 사찰은 사찰로서 등등의 역할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찰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사찰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만 저는 크게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수행과 기도의 공간' 입니다.

기독교가 예수님의 구원을 얻어 천국에 가기 위한 종교라고 한다면, 불교는 수행하고 정진하여 부처가 되기 위한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땅히 사찰은 수행의 공간이자 기도정진의 공간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무엇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존재가 곧 부처이니, 이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하고, 기도하고, 염불하고, 선업(善業)짓는 곳이 바로 사찰일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은 출가자뿐 만 아니라 사부대중(四部大衆)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님들과 재가신자 모두의 수행기도 공간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사찰은 스님들뿐 만 아니라 부처님 법을 따르는 모든 대중이 함께 가꾸며 일구어 나가는 공공의 공간이라는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둘째, '쉼의 공간' 입니다.

'쉰다'는 것은 무언가 무거운 것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짐이 너무나 무거워 도저히 지고가기 벅찰 때, 잠시 그 짐을 내려놓고 어디 나무 그늘에라도 앉아 가쁜 숨도 고르고, 땀도 닦고, 어깨도 주무르고, 다리도 펴고, 얼마나 왔는지, 얼마가 가야하는지, 어찌하면 좀 쉽게 갈지, 어느 길이 더 수월한 길인지 등도 생각해보고 하는 것이 쉬는 것입니다. 저는 사찰이 바로 그러한 '쉼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 호락호락할 턱이 없는 세상살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면서 저마다에게 주어진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그러한 짐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신 부처님을 바라보며, "도대체 당신은 어떻게 이리도 무거운 짐들을 벗어버릴 수 있었소?"라고 따져 묻기도 하고, 잠시나마 부처님과 똑같이 '내려놓은 자'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거들먹거리며, 아직도 끙끙대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버둥대는 사람들을 비웃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짐을 좀 나눠지자고 부처님께 투정도 부려보고, 늘 내려놓으며 살 수는 없는지 스님들 따라서 좌선도 해 보고, 잘 안될 줄 알지만 '내려놓고 살겠다'고 다짐도 해보고 하며 '쉬는 곳'이 바로 사찰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라도 하고나면 다시 짐을 지고 살아가더라도 잠시는 힘이 나고, 위안이 되고, 용기도 나고 할 것입니다. 또 그러다가가 힘들면 또 쉬고... 이처럼 사찰은 범부로서 중생계를 살며 아직 부처를 이루지 못한 우리들이 잠시나마 부처님을 따라해 보고 흉내 내며 쉬는 바로 '쉼의 장소'인 것입니다.

셋째, '소통의 공간' 입니다.

소통의 공간은 '막힌' 공간이 아니라 '트인' 공간입니다. 어떠한 특정 부류에만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개방된' 곳입니다. 또한 소통의 공간은 서로 '나누는'곳이며, '축제의 장'이고, '사람냄새'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찰이 바로 이러한 '소통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삶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곧 사찰입니다. 올곧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함은 물론이거니와, 이웃과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그러한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사찰이 가지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용월사는 부처를 이루고자하는 모든 이들의 '수행과 기도의 공간'이고, 부처님을 따라해 보고 삶의 용기를 얻는 '쉼의 공간'이며, 언제나 대중과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용월사는 여러분과 함께 일구고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공간입니다.

바다처럼 한량없는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여러분께 항상하시기를 발원합니다.

용월사 주지 법응 원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