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불교사원 1

불교문화

미국의 불교사원 1

용월사 0 1900
워싱턴의 티벳사원 KPC
워싱턴 지역 최대 규모 티벳 불교사원
기도·독경 그리고 명상, 창건 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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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티벳 불교사원 KPC 전경

워싱턴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티벳 불교사원인 KPC(Kunzang Odsal Palyul Changchub Choling)에서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세계평화와 일체중생의 해탈을 위한 기도가 계속되고 있다.

주택가 멀지 않은 숲에 위치 인적 뜸해

미국 전 지역에서도 흔치않은 티벳 불교 비구니사원인 KPC(www.tara.org)는 티벳 불교 4대 종파 중 하나인 닝마파(nyingma)의 사원이다. 젯춘마(Jetsunma Ahkon Norbu Lhamo)라는 미국출신 비구니에 의해 창건된 이후, 지금은 10여명의 비구니와 15명가량의 행자들이 함께 수행정진하고 있다.

사원은 워싱턴DC 북동쪽의 게이터스버그(Gaithersburg)에서 포토맥 강(Potomac River)쪽으로 약 12Km 지점에 있다. 정확한 주소는 18400 River Road Poolesville, MD 20837이다. 사원 주변은 주택가에서 떨어진 탓에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는데, 이 일대가 대부분 사유지여서 주말에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외에는 인적이 그리 많지 않다.

법당 내 우측 불단에 스뚜빠 모셔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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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티벳 불교사원 KPC 법당 내부.

사원의 주요 건물로는 2층짜리 주 건물, 요사채 두 채, 높이 10m 가량의 라마식 스뚜빠 한 기가 있다. 주 건물 지붕 상단에는 야크 두 마리가 법륜을 우러르고 있는 조형물이 있고, 건물 전면에는 성조기와 티벳기가 걸린 깃대가 있다. 주 건물의 1층에는 두 개의 법당과 식당, 선물가게가 있고, 2층은 스님과 행자들의 생활공간으로 쓰인다. 두 법당은 각각 교육ㆍ일반 행사용, 기도ㆍ수행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법당 내부는 거의 같은 구조다. 두 법당 안에 각각 불단과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정면의 불단은 비교적 치장이 없는 반면 오른쪽에 마련된 불단은 화려하게 장엄되어 있다. 정면의 불단에는 관세음보살상으로 보이는 불상을 앞쪽에 모시고 그 뒤에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등과 각종 신중상들이 모셔져 있다. 오른쪽 불단은 다수의 스뚜빠들이 함께 모셔져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조사당과 비슷한 불단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라마식 스뚜빠는 주 건물에서 북쪽으로 약 20m 떨어진 곳에 있다. 스뚜빠는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방형의 콘크리트 기단부와 탑신부, 그 위에 불상을 안치한 감실을 가진 원구형의 복발부, 13륜과 일월 모양의 조각으로 장식된 상륜부로 구성되어 있다. 스뚜빠 기단 앞쪽으로는 작은 단을 두어 꽃이나 음식 등의 공양물을 올릴 수 있게 해 두었다.

KPC는 이곳 사원 말고도 인근에 평화공원과 애리조나주 세도나(Sedona, Arizona)에 아미타바 스뚜빠를 건설했다. 평화공원 내에도 이곳과 비슷한 형식과 규모의 스뚜빠와 명상 정원 등이 아름답게 마련되어 있다.

귀의 라마 더해 ‘사귀의’ 올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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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티벳 불교사원 KPC 기도 모습.

KPC의 기도는 창건이후 한 번도 끊어지지 않았다. 하루 24시간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이들의 기도는 놀랍게도 1985년 이 사원이 창건된 이래로 계속되어오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햇수만 계산해 보아도 거의 30여 년간 계속 이어져온 셈이다. 기도는 주로 독경과 좌선으로 이루어진다. 지도 법사격인 스님 한 분이 사자좌에 앉고 나머지 스님과 행자들이 그 뒤에 한 줄로 위치한다. 지도스님의 지시에 따라 신도들과 스님들은 함께 티벳어 경전을 독경하고, 또한 명상이 행해진다. 독경에 사용되는 경전들은 모두 신도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의식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산스끄리뜨 원문 위쪽에 영문 발음이 적혀있고 원문 아래쪽에는 영어 해석이 딸려있다.


이 의식집에서 필자가 발견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삼귀의가 여기서는 사귀의(四歸依)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곧 귀의 불법승 앞에 “귀의 라마”를 먼저 두는 것이다.

동물구제, 몽고불교, 티벳 어린이·승려 지원
KPC의 두드러진 사회활동으로는 동물구제, 몽고불교 지원 사업, 티벳 동자승 지원 사업을 들 수 있다.
동물구제 사업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버려진 개들을 돌보는 타라스 베이비 웰페어(Tara's Babies Welfare)이고, 다른 하나는 새들을 돌보는 구루다 에이비어리(Garuda Aviary)다. 미국에는 인간들의 여러 가지 욕망으로 버려지거나 죽임을 당하는 애완용 개들이 하루에도 수만 마리가 넘는다. 동물 구제 사업의 이름에서도 잘 들어나듯이 이들 모두는 타라보살(tārā, 多羅菩薩)의 자식들이며,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새로 몸을 나투신 대자재천(大自在天)이다. KPC에는 버려진 동물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돌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이 시설에서는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접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부정적 선입견 깨는 보살행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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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티벳 불교사원 KPC의 위치.

필자는 티벳 불교에 관해 일반적인 상식 이외에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다. 게다가 이곳을 방문하고 그들의 수행과 활동들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약간의 부정적인 선입견마저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창건주 스님의 환생 운운하는 이력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불교도임을 자칭하면서도 정작 인과ㆍ윤회의 법칙에 따라 다시 몸을 받아 환생하였다는 이들의 말들을 믿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이러한 선입견의 옳고 그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자각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곳의 스님들의 행이 곧 대보살의 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의 스님들은 온 세상의 평화와 일체중생의 해탈을 위해 30여년이라는 한 세대를 쉼 없이 기도해 왔으며, 그 기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그 기도는 법당 안을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 심지어는 버림받고 죽임당하는 동물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며칠간 계속된 비 때문에 마음까지도 눅눅해진 필자는 오랜만에 화창한 오후를 만끽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KPC 스님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108배 참회기도를 드렸다.

김춘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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